
탁구 라켓을 골랐다면 이제 그 외 용품들을 챙길 차례입니다. 탁구공 하나도 그냥 아무거나 사면 되는 게 아니고, 탁구화는 더 그렇습니다. 저도 선수 시절에 잘 신던 브랜드 제품을 새 모델로 바꿔 샀다가 발목이 까져서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유명 브랜드라고 무조건 믿고 샀다가 낭패 본 거죠. 지금은 주민센터와 초등학교에서 탁구를 가르치면서 입문자분들이 용품 앞에서 막막해하는 걸 자주 보는데, 뭘 사야 하는지보다 왜 그걸 사야 하는지를 알면 훨씬 쉬워집니다. 이 글에서는 탁구공과 탁구화 선택 기준부터 러버 관리 용품, 글루까지 실제로 필요한 것들만 솔직하게 정리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현장에서 직접 쓰고 가르쳐온 경험을 담았습니다.
탁구공, 아무거나 사면 안 되는 이유
탁구공이야 다 똑같지 않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써보면 공마다 타구감 차이가 꽤 납니다. 치면 가볍게 느껴지는 공이 있고, 묵직하게 느껴지는 공이 있어요. 소수의 제조사가 여러 브랜드에 납품하는 구조라 브랜드 이름만으로 품질을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입문자분들이 처음부터 비싼 시합구를 잔뜩 사올 필요는 없어요.
현실적으로 제일 좋은 방법은 본인이 운동하는 탁구장에서 주로 쓰이는 공을 확인하고 그걸 구매하는 겁니다. 구장마다 대세 공이 있거든요. 수업에서도 항상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어차피 대회나 리그전도 그 지역에서 많이 쓰는 공으로 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 연습할 때 쓰는 공과 같은 공에 익숙해지는 게 제일 낫습니다.
탁구공은 ITTF 규정상 플라스틱 소재에 지름 40mm, 무게 2.7g이어야 하고 색상은 무광의 흰색 또는 오렌지색이어야 합니다. 과거 셀룰로이드 시절과 비교하면 현재 플라스틱 폴리공으로 바뀌면서 회전량과 바운드 변화가 줄었고, 자연스럽게 백핸드 비중이 높아지고 전진 플레이 위주의 전형이 대세가 됐습니다. 선수 시절엔 셀룰로이드 공으로 뛰었는데 폴리공으로 바뀌고 나서 감각이 꽤 달라졌던 기억이 납니다. 어쨌든 지금은 ABS 소재의 폴리공이 완전히 대세이니, 3성구 기준으로 구장에서 많이 쓰는 브랜드 것을 고르면 됩니다.
탁구화, 브랜드만 믿으면 발이 고생합니다
탁구화는 그냥 운동화 신으면 안 되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처음엔 괜찮습니다. 그런데 레슨을 받고 스텝을 제대로 배우기 시작하면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탁구화는 점프가 많은 다른 실내화와 달리 잔발 위주의 사이드 스텝에 특화되어 있어서 굽이 낮고 옆으로의 지지력이 강합니다. 많은 탁구장이 외부 신발 착용을 금지하는 곳도 있어서 어차피 사게 되는 거, 처음부터 장만하는 게 낫습니다.
여기서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유명 브랜드라고 무조건 믿지 말고 반드시 신어보세요. 저도 선수 시절에 잘 신던 버터플라이 탁구화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같은 브랜드의 새로 나온 모델로 바꿔 샀다가 발목 쪽이 기존 제품보다 높아서 뒤꿈치가 까지는 바람에 한동안 고생했습니다. 20년도 더 된 일이고 지금은 제품들이 훨씬 잘 나오긴 하지만, 그때 그 경험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지금도 새 탁구화를 살 때는 꼭 신어보고 삽니다.
브랜드마다 다르고,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모델마다 발볼이나 발목 높이가 다를 수 있어요. 사이즈는 기본적으로 정사이즈가 맞지만 스텝을 강하게 구르는 분들은 엄지발톱이 멍드는 경우도 있어서 반 치수 정도 크게 사서 끈을 단단히 조이는 게 더 편할 수 있습니다. 미즈노, 아식스 같은 브랜드는 일반 스포츠 매장에도 탁구화가 한두 켤레 있는 경우가 많으니, 꼭 한 치수 작은 것부터 한 치수 큰 것까지 신어보고 결정하세요. 가격은 5~6만 원대도 기능 면에서 충분합니다.
러버 관리 용품과 글루, 뭘 사야 하고 뭘 안 사도 되나
라켓을 장만했으면 관리 용품도 챙겨야 합니다. 기본은 러버 클리너와 스펀지입니다. 클리너는 버터플라이 제품이 가격이 높긴 한데, 기능 차이는 크게 없습니다. 세트로 스펀지가 동봉된 제품을 사면 따로 살 필요가 없어서 편해요. 사용법은 운동 마친 후에 러버에 클리너를 적당히 뿌리고 스펀지로 아래에서 위로 살살 닦아주면 됩니다. 설거지하듯 빡빡 문지르면 러버 표면이 손상되니 주의하세요. 그리고 지난번 운동 후에 닦아뒀다면 다음 운동 시작할 때는 굳이 다시 닦지 않아도 됩니다.
보호필름은 매일 탁구를 치는 분이라면 없어도 크게 상관없지만, 자주 못 나오는 분들은 챙겨두는 게 좋습니다. 구매할 때 헷갈리기 쉬운 게 있는데, 비점착 러버를 쓰는 분들은 접착력이 있는 보호필름을 사야 합니다. 이름이 비슷해서 반대로 사는 경우를 수업 현장에서 종종 봤어요. 앞뒤 각 1장씩 총 2장이 필요하다는 것도 기억해 두세요.
글루는 처음엔 굳이 직접 사지 않아도 됩니다. 네이버 스토어 용품사에서 러버 부착 서비스를 해주기 때문에 입문 단계에서는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훨씬 편합니다. 직접 해보고 싶다면 소용량 묽은 글루부터 시작하는 걸 권합니다. 묽은 글루가 빠르게 마르고 러버 분리할 때 블레이드 손상도 적어서 입문자한테 다루기 수월합니다. 대용량은 오래 방치하면 상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큰 거 살 필요 없어요. 부스팅 같은 러버 후처리는 규정 위반이기도 하고 입문 단계에서는 득이 될 게 전혀 없으니 지금은 그런 게 있다는 정도만 알고 넘어가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