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러버를 직접 붙여보려고 글루 뚜껑을 열었다가 어떻게 발라야 할지 몰라 멈칫했던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저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회원들 러버를 갈아줄 때 그런 순간이 있었습니다. 선수 시절엔 매일 하던 작업인데도 도구가 바뀌니 처음에는 손이 굳더군요. 러버 부착은 막상 해보면 어렵지 않지만, 순서와 요령을 알고 시작하면 결과가 확실히 달라집니다.
글루잉 방법과 선수 시절과 달라진 점
러버를 블레이드에 붙이기 위해 사용하는 접착제를 글루(glue)라고 합니다. 글루란 탁구 러버 전용 수성 접착제로, 러버 스펀지의 기공을 채워 접착력을 확보하는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러버에 두 번, 블레이드에 한 번 발라주는 방식을 씁니다.
러버에 두 번 발라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요즘 주로 사용되는 러버는 발포 스펀지(foam sponge)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발포 스펀지란 미세한 기공이 수없이 뚫려 있는 스펀지 구조를 말하는데, 한 번만 글루를 바르면 이 기공들이 글루를 흡수해버려 표면에 접착층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1차로 기공을 채우고, 2차로 접착층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처음에 이 원리를 모르고 한 번만 발랐다가 러버가 들뜨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두 번 바르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선수 시절에는 고무풀이라고 부르는 휘발성 접착제를 썼습니다. 고무풀이란 천연고무를 유기용제에 녹인 점성 접착제로, 지금의 수성 글루와는 성분이 전혀 다릅니다. 그때는 풀을 바른 뒤 라켓으로 부채질만 해도 1~2분이면 다 말랐습니다. 하루에 한 번은 기본이고, 시합 당일에는 경기 전마다 다시 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수성 글루는 자연건조 기준으로 30~40분이 걸립니다. 처음에는 이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드라이기를 쓰면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반드시 냉풍으로 해야 합니다. 온풍을 쓰면 러버가 열을 받아 탄성이나 마찰력 같은 물성이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냉풍으로도 5분 안에 마르기 때문에 시간이 없을 때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도구도 달라졌습니다. 선수 시절에는 고무풀 뚜껑에 붓이 달려 있어서 그걸로 바로 발랐습니다. 지금은 글루 따로, 스펀지 따로입니다. 처음에는 스펀지로 바르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글루를 너무 많이 짜 떡칠을 했습니다. 떡칠이란 글루가 얇게 펴지지 않고 두껍게 뭉쳐서 발리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렇게 되면 건조가 불균일해지고 러버가 울퉁불퉁하게 부착될 수 있습니다. 500원짜리 동전보다 약간 크게 짜고, 스펀지로 꾹 눌러 흡수시킨 뒤 얇고 균일하게 펴 바르는 것이 요령입니다.
글루잉 시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글루가 완전히 투명하게 마른 뒤에 붙인다. 수분이 남은 상태로 붙이면 접착 불량이 생기고, 나중에 러버를 뗄 때 끈적임이 남는다.
- 러버를 늘려서 붙이지 않는다. 러버를 잡아당겨 붙이면 탑 시트(top sheet)의 마찰 특성과 스펀지의 탄성이 달라진다.
- 블레이드 글루잉은 2차 때 함께 진행한다. 목재는 수분 흡수가 빨라 1차 때 바르면 굳기 전에 말라버릴 수 있다.
레이저커팅 방법과 라켓 무게 기준
러버를 붙이고 나면 블레이드 테두리를 따라 여분의 러버를 잘라내야 합니다. 이때 블레이드 외곽선에 딱 맞게 깔끔하게 잘라낸 것을 레이저커팅(laser cutting)이라고 부릅니다. 레이저커팅이란 러버의 여백이 전혀 남지 않도록 블레이드 측면에 밀착해서 자르는 커팅 방식을 말합니다. 모양이 깔끔할 뿐 아니라 라켓 무게를 불필요하게 늘리지 않는다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위가 안전하고 간편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레이저커팅에 가까운 결과를 얻으려면 커터칼이 낫습니다. 커터칼 날을 블레이드 면에 밀착시키고 검지로 칼 상단을 눌러 지지한 채 힘을 아래로 주면서 한 바퀴 돌려주면 됩니다. 이때 날에 기름칠이 되어 있으면 훨씬 잘 잘립니다. 새 날로 교체하면 이미 기름칠이 되어 있기 때문에, 커팅 전에 날을 교체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커팅 도구 선택은 결국 취향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어떤 도구로 자르든 탁구 치는 데는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커터칼로 처음 시도할 때는 커팅 매트 위에서 작업해야 테이블이 손상되지 않습니다.
라켓 무게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블레이드 무게는 구매 시 정해지지만, 러버는 제품마다 편차가 있고 글루 사용량에 따라서도 최종 무게가 달라집니다. 표준 사이즈 러버 기준으로 85g 블레이드에 양면 러버를 붙이면 글루 포함 총 175~185g 정도가 나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경도(hardness)는 무게에도 영향을 줍니다. 경도란 러버 스펀지가 얼마나 딱딱한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저경도 러버일수록 가볍고 고경도 러버일수록 무거운 경향이 있습니다.
탁구 용품을 연구하는 단체인 국제탁구연맹(ITTF)의 규정에 따르면 경기에 사용되는 라켓의 구조와 규격은 정해져 있지만 무게 제한은 별도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결국 본인에게 맞는 무게를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제 경험상 라켓 무게 감각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같은 수치라도 그립이 얇고 헤드가 크면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 실제보다 무겁게 느껴집니다. 이런 무게 중심 문제는 저울로는 잡히지 않기 때문에 직접 휘둘러봐야 알 수 있습니다. 탁구 용품의 무게와 균형에 대한 연구 역시 계속 이뤄지고 있으며, 국내 생활체육 참여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만큼 동호인들의 용품 선택 기준도 점점 세밀해지고 있습니다.
동호인 입장에서 러버 부착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당연합니다. 저도 매일 하던 작업인데 도구가 바뀌니 처음에는 손이 따라오질 않았습니다. 그래도 두세 번 해보면 확실히 손에 익습니다. 용품사에 맡기는 것도 편하지만, 한 번쯤 직접 글루를 바르고 기다리고 붙이고 잘라보는 경험이 라켓에 대한 이해를 높여줍니다. 완성된 라켓을 들었을 때 느낌이 달라집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직접 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