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선수 시절부터 탁구화는 러버와 라켓9블레이드) 다음으로 중요한 용품으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발에 잘 맞는 탁구화로 구매 후 신고, 닳으면 바꾸고를 반복했는데,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입문자분들이 탁구화 하나 때문에 발이 아파 고생하는 걸 보며 제대로 된 탁구화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탁구용품은 탁구공부터 탁구화, 클리너와 글루까지 생각보다 알아야 할 것이 많습니다.
탁구화 제대로 고르는 법, 발이 먼저입니다
탁구화를 고를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어떤 브랜드가 좋냐"는 겁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는 브랜드보다 발에 맞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즈노든 아식스든 버터플라이든, 제 발에 안 맞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탁구화의 가장 큰 특징은 아웃솔(밑창) 구조에 있습니다. 아웃솔이란 신발의 바닥면을 구성하는 부분으로, 탁구화는 농구화나 배드민턴화처럼 점프 충격을 흡수하는 두꺼운 쿠션 대신 얕고 납작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유는 탁구 특성상 잔발 위주의 사이드 스텝이 많기 때문입니다. 발 전체가 지면에 밀착되어야 방향 전환이 빠르게 됩니다.
선수 시절에는 1년에 탁구화를 몇 번씩 바꿔야 했습니다. 아웃솔이 닳아서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운동량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새삼 느껴집니다. 지금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신는 탁구화는 몇 년째 그대로인데, 밑창이 닳을 걱정은 전혀 없습니다. 그 시절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고 터지고, 쓰라린 채로 훈련을 이어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게 견뎌지던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탁구화 사이즈를 고를 때는 러닝화처럼 여유 있게 고르면 안 됩니다. 오히려 꼭 맞게 구매해서 자연스럽게 발에 길들이는 게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다만 스텝을 강하게 구르는 분들은 엄지발톱이 멍드는 경우가 생기니, 이럴 때는 반 치수 크게 사고 신발 끈으로 조여주는 게 발 건강에 낫습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은 정말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반드시 오프라인 매장에서 신어보고 구매하는 걸 권합니다.
양말도 그냥 얇은 걸 신으면 안 됩니다. 조금 격하게 운동하다 보면 양말에 구멍이 뚫리는 건 기본이고, 쿠션이 없어 발에 충격이 그대로 전달됩니다. 탁구 양말은 대부분 3천 원에서 4천 원대로, 두툼한 쿠션을 갖춰 탁구화의 부족한 완충을 보완해줍니다. 탁구화를 살 때 꼭 탁구 양말을 신고 착화해보세요. 그래야 실제 착화감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입문자분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탁구화 선택 시 체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반드시 오프라인 매장에서 탁구 양말을 신고 착화해볼 것, 사이즈는 꼭 맞게, 발볼은 브랜드별로 다르므로 직접 확인할 것, 강한 스텝 습관이 있다면 반 치수 크게 구매 후 끈으로 조여줄 것, 마지막으로 미즈노 웨이브 드라이브 8처럼 동호인·선수 모두에게 검증된 중가 라인도 충분히 기능을 다할 수 있습니다.
국제탁구연맹(ITTF)은 경기화에 대한 규격 기준을 별도로 두고 있지는 않으나, 경기 시 안전을 위한 신발 착용을 기본 규정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출처: 국제탁구연맹).
러버 관리와 부착 용품,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요
탁구 라켓에서 러버만큼 관리가 필요한 부분도 없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클리너나 글루잉 방식에 대해 모르고 지나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선수 시절에 러버를 1개월에서 3개월 주기로 교체했던 걸 돌이켜보면, 그만큼 러버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운동량이 많아서였습니다. 지금 동호인 입장에서 보면 조금만 잘 관리해도 러버 수명을 훨씬 늘릴 수 있습니다.
클리너는 러버 표면의 먼지와 이물질을 제거하는 용품입니다. 스프레이형과 폼클렌저형이 있는데 기능 차이는 없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는 클리너를 쓰지 않습니다. 선수 시절부터 입김으로 러버를 닦아주는 게 습관이 됐는데, 클리너가 있으면 편하지만 없다고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건 너무 자주 세게 닦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스펀지로 위에서 아래로 빡빡 문지르면 러버 탑시트(러버의 가장 표면층)가 손상됩니다. 탑시트란 러버에서 공과 직접 접촉하는 얇은 표면으로, 이 부분이 손상되면 회전력과 그립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글루잉이라는 개념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글루잉이란 러버를 블레이드에 글루(접착제)로 부착하는 행위 전체를 뜻합니다. 현재는 VOC(휘발성 유기화합물) 유해성 문제로 유성 글루가 금지되어 수성 글루만 허용됩니다. 수성 글루는 크게 묽은 타입과 진한 타입으로 나뉩니다. 묽은 글루는 빠르게 마르고 러버를 떼어낼 때 블레이드 표면 손상이 적습니다. 진한 글루는 접착력이 강하지만 러버 분리 시 블레이드 표층이 뜯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주변 동호인들이나 용품사 대부분이 묽은 글루를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보호 필름도 러버 종류에 따라 다르게 써야 합니다. 비점착 러버는 자주 운동한다면 보호 필름 없이도 무방하지만, 점착 러버는 반드시 접착력 없는 보호 필름을 사용해야 합니다. 점착 러버란 러버 표면 자체에 끈적임이 있어 강한 마찰로 회전을 만드는 타입입니다. 이 타입은 표면이 공기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착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항상 보호 필름으로 밀봉 보관해야 합니다.
부스팅이라는 후처리 방식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부스팅이란 러버 내부에 팽창제를 주입하거나 도포하여 러버를 부풀려 탄성과 반발력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ITTF 규정상 러버는 공장 출고 상태 그대로 사용해야 하므로 엄연한 규정 위반입니다(출처: 국제탁구연맹). 그럼에도 탑 선수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히 이루어지는 이유는 적발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입문자분들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방식이니, 이런 게 있다는 것만 알고 넘어가시면 됩니다.
용품도 파고들면 끝이 없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선수들보다 오히려 생활체육 동호인들이 탁구 용품을 더 잘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수는 라켓, 러버, 탁구화면 충분한데, 동호인분들은 가방, 사이드 테이프, 무게 중량 테이프까지 세세하게 챙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 하나하나가 탁구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탁구는 라켓과 공만 있으면 칠 수 있는 운동이지만, 용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운동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탁구화 하나를 제대로 고르는 것에서 시작해서, 러버 클리너 사용법, 글루 선택까지 차근차근 익혀가다 보면 실력만큼이나 용품에 대한 안목도 자연스럽게 쌓이게 됩니다.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궁금한 점은 탁구장에서 먼저 사용하는 분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