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구 입문반에서 강습을 지도하다 보면 라켓도 없이 오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라켓과 러버를 추천해드리려고 하면 브랜드와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솔직히 저도 고민이 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입문자는 탁구를 몇 번 해보고 그만둘지, 아니면 정말 꾸준히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고가 제품을 권하기가 부담스럽습니다. 그렇다고 2~3만 원짜리 저가 제품은 절대 비추천입니다. 러버의 반발력이 떨어져서 공이 잘 안 나가고, 어깨나 팔에 힘이 더 들어가면서 부상 위험까지 있기 때문입니다.
입문자에게 맞는 라켓, 어떻게 골라야 할까
탁구 라켓을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블레이드(라켓 본체)의 재질과 무게입니다. 블레이드는 나무 합판으로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카본이나 아릴레이트 같은 특수 소재를 추가하면 ALC, ZLC 같은 이름이 붙습니다. 여기서 ALC란 아릴레이트 카본 레이어(Arylate Carbon Layer)의 약자로, 나무 합판 사이에 카본과 아릴레이트 섬유를 삽입해 반발력과 진동 흡수력을 동시에 높인 구조를 의미합니다.
많은 분들이 오차로프 이너 ALC를 추천하는 이유가 바로 이 블레이드 구조 때문입니다. 이 라켓은 속도감과 안정감이 동시에 뛰어나서 여러 사람이 써봤을 때 후회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 취향에서 1등은 허리케인 선샤 라켓입니다. 가격 대비 성능이 정말 좋아서 입문자에게도 부담 없이 추천할 수 있습니다.
중국식 펜홀더를 사용하신다면 DHS N301을 추천합니다. 이 라켓의 가장 큰 장점은 황금 무게대라는 점입니다. 황금 무게란 라켓을 휘둘렀을 때 가장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최적의 무게를 말하는데, 보통 85g~90g 정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입문자라면 코치가 추천하는 대중적인 라켓으로 시작한 후, 실력이 쌓이고 본인만의 탁구 스타일이 잡히면 그때 본인에게 맞는 라켓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비싼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러버 선택, 가성비와 성능 사이에서
러버는 라켓보다 더 종류가 다양합니다. 최근 나온 자이어 03 같은 제품도 있지만, 아직 주위에서 사용하는 분들이 없어서 솔직히 추천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실제로 테스트해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속도가 너무 빨라서 오버 미스가 많이 난다고 합니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제가 운동하는 체육관에서는 디그닉스를 사용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디그닉스는 버터플라이에서 출시한 고성능 러버로, 프로 선수들도 많이 사용하는 제품입니다. 특히 디그닉스 64는 펜홀더 사용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한 장에 7~8만 원 정도 하기 때문에 입문자에게는 솔직히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가성비로 러버를 선택한다면 저는 파스닥 G1을 추천합니다. 이 러버는 2014~2015년에 출시된 제품인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스핀(회전력)과 스피드(속도)의 균형이 잘 잡혀 있어서 입문자가 사용하기에 무난합니다. 여기서 스핀이란 공에 걸리는 회전의 강도를 의미하는데, 스핀이 강할수록 상대방이 받기 어려운 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러버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스펀지 경도입니다. 스펀지 경도는 러버 안쪽에 있는 스펀지의 단단한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보통 35도에서 50도 사이에서 선택합니다. 입문자라면 38도 ~ 42도 정도 중감의 경도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요 추천 러버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디그닉스 09c' 러버는 고급 사용자용으로 스핀과 속도 모두 우수합니다. 다음으로는 '파스닥 G1'이 있는데 입문자용 가성비 최고, 균형 잡힌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MX-K 하드'러버입니다. 중급자용, 공격형 플레이에 적합합니다. 이외에도 테너지나 오메가 시리즈 등 나에게 맞는 러버를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탁구 용품, 꼭 필요한 것만 챙기자
라켓과 러버 외에도 챙겨야 할 용품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이드 테이프입니다. 사이드 테이프는 라켓 측면에 붙이는 보호 테이프인데, 프로텍터형 제품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프로텍터는 우레탄 형식의 일반 테이프와 달리 라켓이 바닥에 닿았을 때 깨지지 않고 눌림 정도로 끝나기 때문에 파손을 막는 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저는 러버를 자주 갈아서 사이드 테이프를 잘 붙이지 않지만, 오래 쓰실 분들은 무조건 사이드 테이프를 붙이는 게 러버 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장지커 선수가 사용했던 프로텍터형 사이드 테이프는 찾기가 생각보다 까다로운데, 탁드래곤 같은 전문 매장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러버 클리너와 스펀지도 필수 용품입니다. 버터플라이의 클린케어는 6,000원으로 다소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한 번 사면 2~3년은 거뜬히 쓸 수 있습니다. 스펀지 클립 같은 경우는 1,500원 정도로 저렴하면서도 실용적입니다. 다이소에서 스펀지를 사서 잘라 쓰는 것보다 전용 제품이 발포 정도와 경도가 적절해서 글루를 바를 때 층이 생기지 않고 깔끔하게 바를 수 있습니다.
라켓 케이스는 한 번 살 때 좋은 걸 사는 게 낫습니다. 제가 처음 구입했던 케이스를 지금까지 20년 넘게 쓰고 있을 정도로 내구성이 뛰어납니다. 라켓은 박살 나더라도 케이스는 정말 안 망가집니다. 최근 출시된 제품 중에는 4만 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는 고품질 케이스도 있는데, 직구로 사면 배송비까지 포함해서 훨씬 비싸지니 국내 공식 수입 업체를 통해 구매하는 게 유리합니다.
신발은 미즈노 웨이브 드라이브나 리닝 제품을 추천합니다. 특히 리닝은 중국 국가대표 선수들도 많이 신는 브랜드로, 발이 넓은 분들에게도 편안합니다. 탁구는 빠른 방향 전환이 많기 때문에 신발의 접지력과 쿠셔닝이 중요한데, 이 두 브랜드 모두 이 부분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결국 탁구 용품을 고를 때는 본인의 실력과 예산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입문자라면 10만 원 정도 예산으로 라켓, 러버, 기본 용품을 맞추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도 처음엔 저렴한 보급형으로 시작했고, 지금도 제 라켓과 러버는 그다지 비싼 제품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게 제게 맞는 용품이기 때문에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비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라는 걸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