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선수 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탁구 러버가 검정색과 빨간색 두 가지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운동을 그만두고 몇 년 뒤 탁구장에 다시 갔을 때, 핑크색이며 파란색이며 온갖 색상의 러버가 나와 있더라고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지금 제가 레슨할 때 사용하는 라켓에도 호기심에 핑크색 러버를 붙여봤는데, 시대에 맞춰가는 탁구의 변화가 신선하면서도 적응이 쉽지 않았습니다.
탁구 러버 컬러 규정, 검정색은 필수
국제탁구연盟(ITTF)은 2019년까지 탁구 러버 색상을 검정색과 빨간색 두 가지로만 제한했습니다. 그런데 2020년부터 규정이 바뀌면서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 핑크색까지 다양한 컬러 러버가 허용되기 시작했죠. 여기서 ITTF란 국제탁구연맹(International Table Tennis Federation)을 의미하며, 탁구 경기의 모든 공식 규칙을 제정하는 국제기구입니다(출처: 대한탁구협회).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컬러 러버를 허용하면서도 반드시 한쪽 면은 검정색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다는 겁니다. 쉐이크핸드 라켓을 사용하는 분들은 양면 중 한쪽은 무조건 검정색, 나머지 한쪽만 빨강·파랑·핑크·보라·초록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펜홀더 사용자도 마찬가지인데, 뒷면이 기본적으로 검정색이라서 앞면에 다른 컬러를 붙이는 방식이죠.
솔직히 저도 처음엔 이 규정이 좀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핑크색과 파란색을 함께 붙이면 예쁠 것 같은데 왜 꼭 검정색이 들어가야 하나 싶었거든요. 알고 보니 이건 평면 러버와 돌출 러버(일명 '표면 러버')를 구분하기 위한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예전에 같은 색상의 러버로 양면을 붙였을 때 상대 선수가 어느 쪽 러버로 치는지 구분하기 어려워 불공정 논란이 있었고, 그래서 색상 구분 규정이 생긴 거죠. 여기서 평면 러버란 표면이 매끄러운 일반 러버를 말하며, 돌출 러버는 표면에 돌기가 있어 회전과 속도 특성이 다릅니다.
초보자를 위한 러버 선택 가이드
탁구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은 러버 선택부터 막막하실 겁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러버 종류만 수백 가지인데, 거기다 색상까지 고르려면 머리가 아프죠. 제 경험상 처음엔 코치나 주변 고수가 추천하는 적당한 가격대의 러버로 시작하시는 게 가장 현명합니다.
러버는 크게 스펀지 두께, 고무 재질, 표면 형태에 따라 특성이 달라집니다. 스펀지 두께가 두꺼울수록 공격력이 강해지지만 컨트롤이 어려워지고, 얇을수록 안정적이지만 위력이 떨어지죠. 초보자는 보통 1.8~2.0mm 두께를 많이 사용합니다. 여기서 스펀지란 러버 뒷면에 붙어 있는 폼 재질을 말하며, 이 두께가 공의 반발력과 회전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다만 한 가지 알아두셔야 할 점은, 컬러 러버가 모든 제품 라인에 다 나오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전문 선수용 고급 러버는 대부분 검정색과 빨간색만 출시되고, 컬러 러버는 일반 사용자용 라인에서 주로 나옵니다. 그래서 실력이 어느 정도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다시 검정·빨강 조합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핑크색 러버를 붙인 것도 레슨용 라켓에 한정된 거고, 제 메인 라켓은 여전히 클래식한 검정·빨강 조합입니다.
그립 잡는 법, 첫 단추가 가장 중요합니다
라켓과 러버를 골랐다면 이제 제대로 잡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솔직히 탁구장에 가면 펜홀더를 이렇게 막 움켜쥐거나 쉐이크핸드를 손바닥으로 떡 치듯 잡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분들 보면 '아, 이분은 제대로 배운 적이 없구나' 티가 확 나거든요. 그립은 탁구의 첫 단추입니다. 이게 틀어지면 나중에 고치기가 정말 힘듭니다.
쉐이크핸드 그립은 말 그대로 악수하듯 잡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포근하게' 잡는다는 겁니다. 악수할 때 너무 힘주지도, 그렇다고 흐물흐물하지도 않게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거죠. 손 안에 빈 공간이 없도록 그립을 최대한 안쪽 깊숙이 밀어 넣어야 합니다. 처음엔 좀 불편하실 수 있지만, 이게 정석입니다. 뒤쪽 손가락(중지, 약지, 새끼손가락)은 자연스럽게 라켓 뒷면을 받쳐주되, 너무 힘을 주지 마세요.
펜홀더 그립은 좀 더 까다롭습니다. 많은 분들이 '군대식 탁구'라고 부르는 잘못된 그립으로 치시는데, 뒤쪽 손가락을 쫙 펴서 벌리면 절대 안 됩니다. 중지와 약지를 살짝 구부려 타원형을 만들고, 라켓 뒷면의 약간 왼쪽 부분에 밀착시켜야 합니다. 여기서 타원형이란 손가락을 완전히 펴지도 말고 주먹을 쥐지도 말고 살짝 구부린 상태를 의미하며, 이 자세가 힘의 전달과 안정성을 동시에 잡아줍니다.
앞쪽에서는 엄지와 검지로 라켓을 잡는데, 엄지는 러버 끝부분에 살짝 걸치는 느낌으로, 검지는 라켓이 흔들리지 않게 걸어주는 역할만 합니다. 힘은 엄지와 중지에서 나오고, 검지는 그저 고정만 해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가 레슨할 때 가장 많이 교정하는 부분이 바로 이 검지에 너무 힘을 주는 습관이에요. 검지는 정말 가볍게만 올려놓으세요.
지금 당장 제대로 된 그립으로 시작하시면 몇 년 뒤 클럽에서 '아, 저 사람 좀 치는데?' 소리 들으실 겁니다. 반대로 잘못된 그립으로 몇 년 치시면 나중에 고치려고 할 때 엄청난 스트레스 받으실 거예요. 제가 직접 겪어본 일입니다. 첫 단추, 정말 중요합니다.
탁구는 장비와 그립 하나하나가 실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컬러 러버는 취향이지만, 그립은 기본이죠.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은 코치나 고수에게 제대로 배우시고, 일단 적당한 가격대의 러버로 시작해서 본인에게 맞는 장비를 천천히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제가 핑크색 러버를 써본 것처럼, 여러분도 호기심 하나쯤은 가지고 즐기셔도 좋습니다. 다만 기본기만큼은 절대 건너뛰지 마세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HX4cw_VkM8&list=PLov1pvgWoT0ITpIl8IYImapjlJmHu_sKW&index=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