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도 탁구를 처음 배우러 오시는 분들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바로 "어떤 라켓을 사야 하나요?"입니다. 솔직히 이 질문만큼은 제가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매번 신중하게 답변하게 됩니다. 라켓 하나가 앞으로 탁구를 즐길지 말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50대 이상 어르신들이 건강을 위해 탁구를 시작하실 때, 잘못된 장비 선택은 나중에 어깨나 팔꿈치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펜홀더와 쉐이크핸드, 어떤 그립을 선택해야 할까
탁구 라켓은 크게 그립(Grip) 형태에 따라 펜홀더(Penholder)와 쉐이크핸드(Shakehand) 두 가지로 나뉩니다. 여기서 그립이란 라켓을 잡는 방식과 손잡이 모양을 의미합니다. 펜홀더는 말 그대로 펜을 쥐듯이 세 손가락으로 손잡이를 감싸 쥐는 방식이고, 쉐이크핸드는 악수하듯이 손바닥 전체로 손잡이를 감싸는 방식입니다.
60대 이상 어르신들께서는 펜홀더를 선호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3-4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펜홀더가 주류였고, 젓가락질을 하듯 손목을 많이 쓰는 동양인의 신체적 특성에 잘 맞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운영하는 동호회에 처음 오시는 어르신 중 70% 정도는 펜홀더를 들고 오십니다. 그런데 문제는 펜홀더가 손목과 손가락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는 점입니다.
펜홀더는 검지와 중지로 라켓 앞면을 잡고, 나머지 손가락으로 뒷면을 받치는 구조라서 손가락 관절에 지속적인 압박이 가해집니다. 제 경험상 펜홀더로 2시간 이상 연습하면 손가락 첫째 마디가 빨갛게 부어오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관절염이 있으신 분들은 통증을 호소하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반면 쉐이크핸드는 손바닥 전체로 라켓을 감싸기 때문에 힘이 분산되고, 자연스러운 스윙(Swing) 동작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스윙이란 라켓을 휘두르는 타구 동작을 말합니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생활체육 참여율이 60대 이상에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중장년층 인구 증가와 함께 쉐이크핸드 사용률도 함께 올라가고 있습니다.
저는 처음 탁구를 시작하는 입문자에게는 무조건 쉐이크핸드를 권합니다. 이미 펜홀더를 가지고 오신 분께도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지금까지의 익숙함보다 앞으로 30년 칠 탁구를 생각하시면 쉐이크핸드가 답입니다"라고요. 물론 펜홀더의 향수를 버리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부상 예방과 기술 발전 측면에서 쉐이크핸드가 훨씬 유리합니다.
쉐이크핸드 안에서도 선택지가 있습니다. 손잡이 끝부분이 벌어진 플레어(FL, Flare) 그립과 일자형 스트레이트(ST, Straight) 그립이 대표적입니다. 저는 손이 작으신 분들께는 ST를, 손이 크거나 땀이 많으신 분들께는 FL을 추천합니다. 직접 손에 쥐어봤을 때 라켓이 손에서 빠지는 느낌 없이 딱 감기는 걸 선택하시면 됩니다.
라켓 가격대, 얼마짜리를 사야 할까
초보자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실수가 마트나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1-2만원짜리 완제품 라켓을 구매하는 것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으로 심각한 문제를 만듭니다. 저가형 라켓은 블레이드(Blade, 라켓의 나무 판)의 재질이 좋지 않고, 러버(Rubber, 라켓에 붙이는 고무)도 저급 제품이 붙어 있어서 공이 제대로 튀지 않습니다.
여기서 블레이드란 러버를 제외한 라켓의 나무 본체를 의미하고, 러버는 블레이드 양면에 붙이는 고무판을 말합니다. 탁구공의 스핀(Spin, 회전)과 스피드는 이 러버의 성능에 크게 좌우됩니다. 저가형 라켓은 러버의 스펀지층이 얇고 딱딱해서 공을 칠 때 반발력이 거의 없습니다.
공이 안 튀니까 어떻게 되겠습니까? 팔에 힘을 꽉 주고 어깨를 들어 올려서 강하게 내리쳐야 합니다. 이게 반복되면 어깨 회전근개에 무리가 가고, 테니스 엘보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한스포츠의학회 자료를 보면 부적절한 장비 사용이 근골격계 부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스포츠의학회).
초보자분들은 힘을 빼고 공을 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런데 공이 잘 튀지 않는 라켓으로 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잘못된 자세와 버릇이 몸에 배게 됩니다. 나중에 이걸 고치려면 몇 배의 시간이 더 걸립니다. 제가 직접 지도하면서 느낀 건, 저가형 라켓으로 시작한 분들은 6개월이 지나도 기본 드라이브(Drive, 상회전을 주는 공격 기술) 동작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 탁구를 시작하시는 분들께 최소 10만원 이상의 라켓을 권합니다. 블레이드와 러버를 따로 구매해서 조립하는 방식인데, 이 정도 가격대면 입문자용으로 적합한 스펀지 두께와 러버 경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스펙을 추천합니다. 블레이드는 5합판 또는 7합판의 올라운드형(공격과 수비 균형), 러버 두께는 1.8mm~2.0mm (너무 두꺼우면 컨트롤 어려움), 러버의 경도는 40도 전후의 중간 경도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한 탄성)를 추천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동호회에서는 신입 회원에게 블레이드는 국산 브랜드 중 입문용 제품을, 러버는 일본산 또는 독일산 입문용 제품을 조합해서 8만원에서 12만원 사이로 맞춰드립니다. 이 정도면 3-5년은 충분히 사용할 수 있고, 중급자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러버만 교체하면 됩니다.
일부 분들은 "처음부터 비싼 거 살 필요 있나요? 계속할지도 모르는데"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오히려 반대입니다. 좋은 장비로 시작한 분들이 탁구의 재미를 빨리 느끼고 오래 지속하십니다. 저가 라켓으로 몇 달 고생하다가 "탁구가 이렇게 재미없는 거였나" 하고 그만두시는 분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탁구는 평생스포츠인가?
탁구는 80세, 90세까지 즐길 수 있는 평생 스포츠입니다. 국제탁구연맹(ITTF) 통계를 보면 세계 베테랑 대회에 80세 이상 선수들이 매년 수백 명씩 참가하고 있습니다. 저도 실제로 85세 어르신이 60대 젊은 층과 대등하게 경기하시는 걸 목격했습니다. 이렇게 오래 즐길 운동이라면, 처음 시작할 때 제대로 된 장비에 투자하는 게 결국 가장 경제적입니다.
탁구는 좁은 공간에서 네트를 사이에 두고 상대방과 공을 주고받으며 교감하는 스포츠입니다. 신체 접촉 없이도 상대방과 리듬을 맞추고, 서로의 플레이를 읽어가는 과정에서 특별한 즐거움이 생깁니다. 100세 시대에 건강하게 오래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찾으신다면, 탁구만큼 좋은 선택도 없습니다. 지금 시작하셔도 절대 늦지 않았습니다. 다만 시작하실 때 라켓 선택만큼은 신중하게 하시길 바랍니다. 손에 맞는 쉐이크핸드 그립에, 최소 10만원 이상의 제대로 된 블레이드와 러버 조합으로 시작하시면, 앞으로 수십 년간 즐거운 탁구 라이프가 펼쳐질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6zWpVnfuS78&list=PLov1pvgWoT0ITpIl8IYImapjlJmHu_sKW